좋은글

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

들에핀국화1 2007. 5. 28. 12:10
 

을 가다가 불현듯

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

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

 

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

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

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

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

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

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

 

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

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

따스한 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

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

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

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

 

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

불쑥불쑥 다가왔다가

이내 허공 중에 흩어지는 너,

네가 그리우면나는 또 울 것이다

 

- 고정희, 詩 <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>

'좋은글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사랑 받는 사람들의 공통점  (0) 2007.06.11
한 평생 사랑해도...  (0) 2007.06.03
하늘의 융단  (0) 2007.05.28
[스크랩] 그대와 나의 인연  (0) 2007.05.14
[스크랩] 안으로 충만해지는 일-법정스님  (0) 2007.05.14